[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날 법문]
“ 상대는 나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생각을 가져 주세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고통 받는 일은 남에게 인격적으로 멸시 받거나 그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기 자신 역시 남을 그렇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적습니다.
나보다 어렵게 살거나 힘이 모자라 버둥대는 사람을 보면서 동정심을 느끼기는커녕 그들 스스로 노력이 모자라서 그렇게 사는 것으로 단정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그들이 좀 더 잘 살려면 힘껏 일 해야 하고 절대로 게을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쪽 편에 선 사람들은 또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가난한 것은 이미 그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일하고 돈을 벌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설사 준다고 해도 조금만 비위에 거슬리면 그날로 몫을 뺏고 쫓아내거나 모가지를 자른다고 불평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 못하고 반목하며 질시하며 살아갑니다.
비단 자본주의 사회가 기본질서로 볼 때 그렇게 정해진 사회이니 할 수 없다고 체념하고 살아가야 합니까 ?
하지만 요즘 이 사회를 잘 들여다보면 이런 반목 현상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입니다. 못사는 사람에게 대한 애정 어린 보살핌이 부족하며 능력이 모자라게 태어난 사람에 대한 암묵적 냉대는 여전합니다.
강자와 약자의 논리로 맞선 상태에서 약자는 강자를 향하여 먼저 도둑질하여 기회를 박탈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강자는 약자를 향하여 나중에 언젠가는 자기 것을 뺏고 도둑질할 사람으로 나누는 태도로 어떻게 이 사회가 바로 설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북한과 남한의 대립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그들은 남한을 가리켜 자본주의 주구노릇을 하여 허세로 성장하고 자기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 나라라고 궤변적인 비하를 합니다. 그런데 남한은 북한을 향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들은 사회주의라고 하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일당 독재국가로서 스스로 부강하게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남한을 핵무기로 겁주고 협박하여 물자를 얻어내려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무려 10년 이상 긴 세월 잘 유지해나가던 남북 관계마저 이번 천안함 사태로 최악의 상태로 치달아 종막을 고하였습니다. 이러한 한심한 상황에서 어찌 통일을 기대하겠습니까...
어쩌면 이런 변화는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서도 똑 같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지역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소득계층간의 갈등, 학력격차의 갈등, 보수와 혁신의 갈등, 심지어 성차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너무나 상대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 대하여 관대하지 못합니다. 설마 수 천 년 동안 한반도에 갇혀 살다가보니 시야가 좁아져 이렇게 된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는 어째서 남을 대할 때 그들이 자기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까요 ?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면서 좋은 점은 좋다고 하고 나쁜 점은 나쁘다고 하면서, 상대의 존재에 대하여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까요 ?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반대하고 미워하는 감정적인 자세...그것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약한 사람은 약한 사람대로 쓸모가 있으며, 착한 사람은 상대가 덜 착한 사람이라도 참고하여 받아들일 점이 있으며, 내가 사는 소득정도가 상대방보다 잘 나가거나 못나가거나 하여도 그대로 상대를 서슴없이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이런 불행한 사태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나와 상대가 모든 면에서 같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살다 보면 상대가 내 마음대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상대를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가슴에 덥썩 안아 주는 아량이 생겨야 합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이런 문제에 대하여 말씀드리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제는 평등 속에서 서로의 현실적인 차이를 인정하며 자비로운 성숙한 자세가 되어야 함을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얼굴색이 검다고 해서 차별 받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렇지만요,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한국에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하는 중동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
영혼의 세계에서 모든 이들이 평등하듯이 우리들은 앞으로 그런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평등한 마음자세를 갖춰 나가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2010년 5월 19일 제마 법선사 김 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