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법문] “부처님이라고 하는 말”
큰 스님에게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스님의 인연 짓기가 가장 불가사의였습니다.
어떤 보살이 정말 오랜 세월을 지내며 한 번 씩 실제로 나타나서
상견을 청하셨습니다.
그 때에는 거의 10년 만에 나타나신 것 같았습니다.
듣기로는 우리 큰 스님 덕에 생명이 살아나고 자기 사업도 크게 일으킨 대보살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 스님께서 건강하고 무사히 잘 계시라고 제가 지난 5년 동안 열심히 기도드렸어요. 가피가 계셨었나 봅니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뵙게 되니 말이지요.”
그러나 스님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하십니다.
“ 나는 아직까지 자네를 위하여 기도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참 미안하구먼...”
그렇게 말하면 아무 대꾸도 못하고 곧바로 물러갈 줄 알고 계셨나 보지요.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보살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말꼬리를 받아 넘기십니다.
“ 부처님이 중생을 위하여 기도해주시는 것 보셨나요 ? 중생들이 그저 서로를 위하여 부처님 앞에서 기도할 뿐이지요.”
큰 스님이 자기에게는 부처라는 말인가 봅니다. 졸지에 큰 스님이 생불이 되고 맙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말 한마디에 부처가 탄생하니 말입니다.
세월이 또 화살처럼 흘러갑니다. 5년이 더 지나갔습니다.
스님이 입적을 하시기 얼마 전 그녀는 약속이라도 하신 듯 여지없이 나타났습니다.
“ 그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스님...”
한 없이 눈물을 흘리고 하직 인사를 하며 사라집니다.
이승에서 헤어지는 슬픔 때문이 아니라 스님을 향한 애착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지도 모릅니다.
며칠 후 스님의 다비식을 올리던 때입니다.
그녀는 멀찌감치 자리 잡고 가만히 숨을 죽이고 서있었습니다.
마치 작은 돌 보살상 같이 보이더군요.
어쩌면 그 여인은 진정한 부처였는지 아니면 나찰이었는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세월을 멧돌에 갈아내며 저울질하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만,
지금 이 시대에 과연 진정한 부처란 어떤 분을 가리킬까요 ?
2009년 12월 18일 제마 법선사 서산/ 청강/ 파사/ 김 세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