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일기] “ 잘 살펴보니까 태아령이 아니더군요.”
미처 태어나지 못하고 뱃속에서 희생되는 영혼들에 대하여 많은 말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태아령 천도를 권하는 일도 많습니다. 물론 자기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영혼에 대한 미안함과 죄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그 동신들이 자신과 맺었던 어떤 구체적인 인연이 없다 하더라도 여성의 모성 본능이란 자연스럽게 동자신과 동녀신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이어져 나갑니다. 그래서 동신들을 많이 모시는 수가 있겠지요. 그러나 문제가 되는 측면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아래 이야기를 들어 보시면 이해를 하실 겁니다.
정말 그들이 모두 유산된 태아령일까요?
천도의식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좌정하고 깊은 숨을 쉬면서 영적 관조에 들어갑니다. 흔히들 영혼문제 해결하려면 천도할 영가의 처결에 대한 생각에 휘말려 존재 확인에 소홀해지기 쉽지만 일을 빈틈없이 하려면, 최종적으로 반드시 점검해 봐야 합니다.
누구일까 ? 확실한 신원과 무엇 때문에 왔나? 빙의 원인이라는 이 두 가지의 문제를 ...재차 분명히 확인하고 나서 천도해야 합니다. 절대로 손님이 말하는 영가라고 단정 짓고 거기에 따라가면 안 됩니다. 자기 영안으로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담을 하러 오셨을 때 듣기로는 어머니가 어디 무꾸리를 하러가서 봤는데, 본인에게 형님이 와 있다고 한답니다. 그러면 태어났다가 죽은 영혼이냐고 물었습니다만,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자기의 형은 태어난 적이 없으며, 뱃속에 있을 때 지운 영혼이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여러 번 <태아령, 태장령>으로 불리는 출생 전에 죽은 그 영가천도를 했다고 합니다. 매사에 자꾸만 꼬이고 심지어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장가도 못가고 있었답니다. 살푸리니 혼겆이니 절에서 천도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하지만 이상한 일입니다. 그 일을 상담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던 영가가 있었는데, 아이모습이 이미 대여섯 살쯤 된 사내아이의 모습입니다. 태아의 영혼이라면 이렇게 구체적으로 얼굴이라든가 키라든가 복장이라든가 하는 요소에서 구체성이 드러나지 않고 그저 빛의 덩어리로만 보이는 법이거든요. 일단 천도하는 일을 해드리기로 하고 천도에 들어가기 직전에 여래에게 물었습니다.
여래께서는 이렇게 답하십니다.
“ 그렇게 궁금하시면 손님에게 혹시 어릴 때 죽을 뻔한 적이 없느냐고 물어보세요. 그러면 해답이 나옵니다.”
절차에 따라 밀교식의 천도식을 잘 해드렸습니다.
식이 모두 끝난 다음 조용한 목소리로 당신이 죽을 뻔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너무 놀라서 노랗게 변한 눈빛으로 말씀하십니다.
“ 어찌 아시나요... 제가 다섯 살 쯤 되었을 때 개천가에 있던 블록공장 옆 웅덩이에 빠져 죽을 뻔했습니다. 그리고요, 제가 아우성치는 바람에 엄마 손에 구해지고 난 다음에 몇 날이 안 지나서 아이하나가 그 웅덩이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 바로 옆에 있던 블록공장 집 아들이 그만 변을 당했네요.”
아이가 한 명 희생되었다는 말은 묻지도 않았는데 그 분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부동여래께서 묻지 않아도 그런 해답이 나올 것을 미리 알고 계셨든가 봅니다.
“ 네에... 바로 그 때 물에 빠져 죽은 아이가 바로 당신께서 죽은 형이라고 생각하는 그 아이영혼이 된 것입니다. 형제가 아닙니다. 아이라서 차마 천도할 때에 따져 묻지 않았지만, 부동존여래께서 이런 질문을 하라고 시키시더군요. 그래야 당신께서 확신을 하게 된다고요. 또 어떤 영가인지 확신을 해야 믿음이 생기고 빨리 일이 풀리겠지요. 아까 영가 천도할 때 소북(小鼓)을 울려주니 참 좋아하던데요... 잘 풀릴 겁니다.”
아이영가는 자기 어머니가 원망하는 투로 말하는 걸 듣고 천도되지 않고 곧바로 그 분에게 따라 간 모양입니다.
“ 애고.... 우리 아들이 저 놈이 안 죽는 바람에 대신 저 세상에 간 거야. 망할 놈....”
남을 원망하는 마음이 앞서기 쉬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아이영혼은 거의 40여 년 동안 애매한 사람을 괴롭히는 죄를 짓게 된 겁니다. 함께 오래 동안 참회진언을 염송하여 올렸습니다.
“옴 살바 못쟈 모지 사다야 사바하”
2009년 12월 11일 제마 서산 / 청강/ 김 세환 법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