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법선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귀신이야기
  • 제마
  • 귀신이야기
  • 제마
귀신이야기 게시판
[제마일기] “월이 무당의 한을 풀어드리다.”

몸이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는데 아무리 굿을 해도 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벌써 3번이나 연속적으로 큰굿을 했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하답니다.
그래서 법사님을 찾아 온 것이라고 P씨는 어린 아이 처럼 칭얼거립니다.

상태를 살펴보니까 정말 예상보다 심각하였습니다. 여인의 몸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 잡고 산지 꽤 오래 되었더군요.
“ 4년 전에 이 사람이 왔다는데요. 알고 계셨나요 ? 이 정도라면 본인이 너무 아픈 것도 아프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의 심적 고통을 주었을 텐데요.”
“ 네, 그래요. 어른 쪽 어깨가 아픈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 정말 괴로운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낫는다는 거예요. 웬만하면 다 나을 거라고 말하지만, 어느 무당이나 다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제대로 고쳐주지는 못했어요.”
빙의된 영혼은 무속인 차림이었습니다. 그것도 속장 옷을 늘어뜨린 모습으로 보아 이미 오래전의 여자 무당이었지요.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자기 이름은 “월이”라고 합니다. 이름도 옛날식이더군요.
사연을 물었는데, 잘 가르쳐 주지 않고 있다가, 그대로 영화 필름처럼 자신의 과거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진짜 무당이었습니다.
보여주는 능력은 뭇 귀신들이라면 갖고 있지 못하지요.   지난 상황을 직접 보여준다고 하여 사경(寫景)투사 또는 화경 보여주기라고 합니다. 요즘 말로는 사이코메트릭스(Psycho-metrics)라고 하지요. 무속인 들이 곧잘 스스로  필요에 따라서 투시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과거 상황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놀랄 일입니다. 그래서 그 무속인으로서 과거에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던 사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완주에서 일했고 모악산 정기를 받으신 백운선인의 문하생이었던 ‘월이’라고 합니다. 억울한 일이 있어서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무속인이 현실세계에서 몸에 들어가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따금 자기가 하던 무속의 일을 하고 싶어서 빙의하여 마치 자신이 신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본 일이 있습니다. 그 집안이 세습무인 경우에는 대를 이어가면서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이처럼 한이 맺혀서 빙의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무슨 사연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여인의 집안사람 중에는 별달리 신끼가 있다거나 그런 사람은 따로 없었다고 합니다.

“ 대체 무슨 이유로 이 사람에게 들어와 있는 겁니까 ?”
“ 후후, 이 아이는 내가 벌써 7대째 내림으로 들어 있는 것입니다.”
“ 그럼 이 여인이 무속인 집안인가요 ?”
“ 아닙니다.”
“ 그럼 무엇 때문에 이 여인에게 씌어 있는 겁니까 ? 7대라면 이미 200년도 넘은 긴 세월인데....”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머리에 관모를 쓴 양반 차림의 남자가 나타납니다. 깃을 세운 관모인 것을 보니 분명 지방 관리입니다.
“ 왜 나를 부르셨습니까 ?”
제가 이 남자를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월이 무당과 인연 지었던 사람들이 나타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던 터라 재빨리 그 남자에게 묻습니다. 아마도 월이 무당이 부른 것 같습니다.

“ 바로 이자가 저를 죽인 사람입니다. 연례행사처럼 민생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가지고 무속인을 취조하던 참에 저 말고 대여섯 명을 끌어다가 관아 옥사에 한 달이나 처박아 두었다가 만인 환시하는 가운데 장  거리에서 나를 고추 세워 묻더군요. 네 이름이 뭐냐고 물어서 장월이(張月伊)라고 하였지요. 그런데 이자가 하는 말이 <네 이년, 니가 어디 감히 장 씨 가문의 사람이라 말할 수가 있느냐 ? 이년을 장 50대에 처하라.>하더군요. 그래서 장을 맞고 장독(杖毒)이 올라 석 달 동안 피똥만 싸다가 죽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곤장 열대가 고작이었는데 저는 미욱스레 보았던 모양입니다.”
듣고 보니 너무나 처참한 최후였습니다. 이후로 당오라비(무속인의 남편)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가지고서는  둘이 함께 다니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함께 일하며 장구 치던 고장이나 애동 들도  따라다닙니다. 가만히 보니 숫자가 한둘이 아니더군요.
양반 남자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이름이 장 치근(張 治根)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 말기에 지방관아에서 행세깨나 하다가 무탈하게 죽었다고 하더군요. 성씨가 같은 장 씨인데 무당도 같은 장 씨라고 말하니 괘씸죄가 적용된 모양입니다. 자기 가문의 수치라고 여겼던가 보지요.

며칠 뒤에 삼불전에서 등촉을 올리고 삼단례를 정식으로 갖춘 다음 월이의 혼을 불러 모두 천도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장 치근 영감도 불러서 월이 무당에게 사죄하시라고 권하여 그녀의 마음을 위로했습니다. 천도재와 더불어 죽은 이의 한을 풀어주는 중요한 일이었지요.  영감은  '장월이' 무당의 혼이 실린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서 용왕전에 바치는 예의를 보이며 자기 잘못을 참회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때때 무늬가 들어간 별신 예장 옷을 사다가 입어보라고 권했더니 이런 옷은 처음 입어본다고 하며 기뻐하며 비로소 춤을 덩실덩실 추더군요.

“ 제가 너무 지나친 것 같았습니다. 다섯 대를 걸치면서 장치근의 딸에 실리고 그 딸에게서 딸로  이어져 내림으로 고통을 주었으니까 저도 복수 할 만큼 했는데, 이상하게도 울분이 풀리지 않아 그리 되었습니다.”

모계로 이어지면서 괴롭혔으니 혈족이 쉽게 드러나지가 않았다는 말입니다.
부계(같은 성씨)로 귀신이 이전 빙의된다면 금방 같은 성씨로 공통점이 나타나 발각이 쉽지만, 시집가고 시집가는 핏줄이니 전혀 표시도 안 나게 여인들의 핏줄을 타고 마치 내력처럼 번진 일이었더군요.

마지막으로 장월이가 남긴 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 저도 모르게 이런 큰 죄를 지었으니까 이젠 지옥으로나 가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사람을 애매한 죄목을 씌워서 죽였는데도 장 치근이가 저렇게 무사히 편하게 죽을 수가 있다는 건 참 억울하네요. 법사님이 잘 풀어 주시니까 편한 마음으로 갑니다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무속인 들에게 다시는 없기를 빕니다.”

최근 들어서 마침 사회적 약자이면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무속인에 대한 편견과 부당한 처우가 문제시 되고 있는 시점에서 ‘월이 무당’의 말은 제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월이 무당과 장치근의 영혼은 지옥으로 보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P 여인은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서 영적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새로 활기를 찾아 이제 하던 사업을 접고 새롭게 뭔가 다시 시작할 요량이라고 말했습니다.

2008년 3월 30일 제마법선사  청강 /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