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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마일기 “애인 하나쯤 더 있어서 문제 될 거야 없지요.”


어느 날, 앙증맞은 표정의 부인이 가게문제로 상담하러 방문해 왔다.

“ 아니 장사문제 상담하려 오셨다는데 애인을 데리고 오면 어쩌게요 ?”
“ 아무도 함께 안 왔는데요.”
“ 옆에 데리고 왔잖아요 ?”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럴 수밖에.  그 여인은 혼자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혼이 따라왔다.  귀신도 아닌 산 사람이 그 모습 그대로 보인다. 살아 있는 애인의 영혼이 따라왔다고 하면, 그제서야 속내를 숨김없이 털어 놓는다.

“ 네, 제게 애인이 있어요. 애인 하나쯤 더 있어서 문제 될 거야 없지요.”

문제는 그런 남자가 생령으로 쫓아 올 정도인데, 다른 귀신이 붙지 않을 리가 없다는 점이다. 생령 바로 곁에 귀신도 여러 명 따라와서 함께 앉는다.
“ 부인, 이 귀신들이 그러는데, 이런 생활을 하신지 오래 되었다네요. 그러니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지요.”
“ 무슨 말씀인지 ?”
“ 여기 귀신들이 5명인데, 각자 자기가 한 사람 씩 애인을 소개시키고, 그 이후로 붙어 있다고 하는데요.”

부인이 바람이 난지는 10년이며 그 동안 애인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귀신들이 붙어 온 것이다. 그러니까 장사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작은 규모의 옷 가게를 하는데 아무래도 일종의 뒷거래인 불륜을 저지르다 보니까, 신경을 덜 쓰게 되어 사업상황이 시원찮은 것이다.
귀신들도 정기를 뺏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턱 터놓고 여인들이 자기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 놓고 말한다. 더욱 재미난 것은 , 애인이 있기는 한데 자기가 별난 사람이 아니라 모두 다 그렇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아애 애인을 달고 와서 상담을 하면서도 마치 자기남편 처럼 말하는 여인도 있는가 하면, 이런 저런 상황이라서 애인이 있는 게  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불륜적인 감각이나 그런 차원이 아니라 이제 대놓고 떳떳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세상이 변한 것이리라.

애인이 있으면 기의 이동이 일어난다. 자주 기를 뺏기기도 하고 귀신의 기운과 함께 다가 온 경우에는 재수가 전혀 없다. 운기를 막는다.
그런데도 바람을 피우는 것을 보면 인간세계의 불륜은 정말 못 막는 일인가 보다.
여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담한 말을 한다.

“ 할 수 없지요, 뭐. 먹고 살겠다고 따라 붙는다는데.”

그러다가 이제 때가 되면 반드시 찾아와서 매달린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문제는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정리하면 될 텐데, 귀신과 함께 인연을 맺은 남자들이라서 좀처럼 애착이 생겨 끊지 못하고 거의 부도사태가 나야 정신을 차리는 일이 심각한 문제점이다.


2007년 3월 2일  제마  법선사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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