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란 무엇인가요 ? "... 하며
공부가 끝났다는 스님 한 분이 오셔서 묻습니다.
답이 아닌 답을 드립니다.
어쩌면 그와 함께 미친 중이 되었습니다.
[답]
깨달음은 무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서요...
내가 깨닫는 것임에도 그 대상이나 도구가 전혀 없어요.
옷을 벗으면 그것을 깨달음이요 해탈이라고 한 번 비유해 봅시다.
그러나 처음부터 옷도 없고 몸도 없거든요.
그러면 누가 무엇을 입고 벗는다는 것이지요 ?
아마 깨달음이란 내게 물음으로써
지금의 당신 말속에서 이미 사라진 바로 그 것일 겁니다.
始終無有 , 終時無漏, 是邊 無觀, 是卽 大悟, 實相終離卽解脫
시작과 끝이 있다가도 없으며
끝났다고 할 때는 모자라거나 빠뜨린 것이 전혀 없고
둘레 변죽을 둘러 보아도 아무 것도 볼 것이 없어 보이지 않으면
그것이 곧 크나큰 깨달음이라서
실상이라는 것으로부터도 끝끝내 벗어나야만 해탈이리라
다음날 일어나 보니
그 스님이 다시 문앞에 다가 서서 묻습니다.
" 그러시다면 , 깨달음이란 그저 화두의 자손일 뿐이군요."
공부했다고 말은 참 잘도 하십니다.
"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話頭의 자손인지 龜頭의 자손인지는 잘 모르나
자손임이 분명한데 안타깝게도 代가 끊겼구려....."
그 스님도 합장 하고 물러갔습니다.
2011년 9 월 2 일 서산 / 김세환
<참고자료>
규오거사 의견 :
깨달음이란 마음으로부터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도 특별한 그 무엇도 아닌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일, 생각 등을 아무런 의심없이 마음으로부터 인정할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서산 답변:
공짜로 얻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원가가 엄청 비쌌다든가, 엄청 비싼 것인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알았다든가, 이처럼 뿌리부터 생각이 잘 못되어서 마음이 비뚤어져 있음을 모르고 살았음을 새삼스럽게 알아차리는 것을 가리켜 원래 깨달음이라고 하였지요. 그런데 요즘은 깨달았다는 사람들이 뭔가 남보다 월등한 사고능력이나 보여주며, 초월적 망상기질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뭔가를 항상 뒤집어서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깨달은 사람이라고 하면 모두들 무척 우습게 보이는 일도 많답니다......
그러니까 깨달은 사람은 어디가 다른가 하면 님의 말씀 그대로..... 마음과 생각이 하나로 일치하는 것을 가리키지요. 생각도 거기에 따르는 마음의 움직임도 아무런 거리낌(장애)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말하지요... 당연히 마음에 걸리는 게 없을 것이고 그러니까 생각도 시원시원하고요... 물흐름처럼 맑고 요동침이 없이 유유장장 흐르듯이 살아가는 사람이 곧 깨달은 사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