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가지 법이 있습니다.
헌법에서 시작하여 형법,민법,형사소송법,민사소송법,행정법, 국제법... 등 법률이라고하는 개념의 실정법이라고하지요.
사람살이에 서로 편하라고 만들어 놓은 법인데 지키지 못하면 형벌이 따르기도 하는 행동 규제 제한법이라고도 볼만합니다.
이런 실정법 말고도 사람은 민간에서 서로 규악처럼 지켜야하는 관습법이라고 하는 것이 또 있지요.
어느 마을에 살면 그 마을의 향약 또는 향계라고 하여 일 년에 한 번씩 제사를 올리는 그런 규칙같은 것을 정해놓고 지키기도 하고 계를 만들어 서로 돕는 모임을 갖기도 합니다. 전라도 월출산 근처 마을에 가니까 그런 전통을 700년이상 지키며 살아가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사실 그런 마을의 규칙을 잘 지키기만 해도 법률이 따로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종교에서 말하는 법은 좀 개념이 다르더군요.
법의 세계라고 하면 진리에 속하는 종교의 큰 줄기를 가리키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법문이라든가 법강이라든가 하는 말은 곧 진리를 가르치는 개념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그런 법은 없어요 하고 우기는 사람에게 대꾸할 때는 이 개념에 속하는 법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그 중에서 인연법 바로 이게 참 희한하거든요.
너하고 나하고 인연인가 보다 하고 가까워졌다간 사정에 의해서 결혼을 성사시키지 못하게 되면,
너하고 나하고 인연이 안 되나 보다하고 팽개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인연이란 말을 이별하는 짓을 합리화하는 말로도 쓰지요.
인연이 다 되었나 보다라든가, 인연이 아닌가 보다라는 그럴듯한 말은 듣기에 참 멋지지만,
그 말 만큼 의아심과 분노심을 불러 일으키는 말이 더 없지요.
누구의 인연이며 누구의 이별일까요 ?
결국 자기들이 만든 인연이며 결코 주어진 인연이 아닌데도
마치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 온 인연으로 인하여 발생한 인연인 척하며
속내를 숨기고 사람을 차버릴 때 자주 사용하거든요.
특히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데리고 우롱하다가 계약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도 우리는 어느 사이엔가 모르게 이런 인연법을 아전인수격으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악용하고 삽니다.
정말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각별히 불교인도 아닌데 인연법 운운 하면서......
마치 자기가 저지르는 가차 없는 배신을 서로 인연이 없어서 일어난 하나의 해프닝으로 가장하려 드는 자세는
부처님을 모독하고 신들을 약올리는 짓입니다.
그 이전에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기도 합니다.
인연에서 보자면 원인이 있어서 그 결과로 등을 돌린다는 뜻인가요 ?
그렇다면 가난한 집 아가씨를 실컷 데리고 놀다가 헌신짝 처럼 차버리는 당신은 과거에는 그런 아가씨여서 지금 복수하시나요 ?
그럼 당신은 다음 생에서 다시 그런 아가씨로 태어나 남자로부터 실컷 농락 당하고 반대 입장에 다시 서게 되겠군요.
돈 사기를 저질러 놓고서 그게 다 과거세에 나한테 진 빚을 자네가 갚은 거야 하고 합리화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잘 알고 산다면 스님이 되지 왜 사기꾼이 되었나요.
자기가 현재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서는 엉뚱한 변명을 인연의 법칙에 돌리고 자기를 아주 당당하게 만드는 우범자 들이 너무나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공부한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남의 신세나 잔뜩지고 사는 거지이면서도 자기는 훌륭한 수행자인 척하면서,
내가 과거에 훌륭한 사람이어서 그들이 지금 생에 보답한다고 하는 반쯤 미친 사람도 있습니다.
댓글이 올라왔군요.
글쎄요...
인연은 모두 소중한 게 아닐까요 ?
물론 소중하니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있고 다시금 그 결과는 새로운 인연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업을 지은 만큼 그 사람에게 돌아가는 법이라는 말이 언제나 그 사람에게는 새롭게 들립니다.
겪고 또 겪고 다시 뼈가 아프게 겪으면서도 되풀이 되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
소중한 인연을 바로 세우고 거기에 흠이 없이 만들어 나가려면
곧 자신이 깨우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가 서지 않는 이상 어렵습니다만...
그건 당신의 일이고 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마음이 언제나 너로 인하여 내가 있다고만 바라보는 자세를 버리지 못합니다.
부모가 있어서 내가 태어났고 그 부모를 원망하며
내가 있어서 아이가 있음을 깨치지 못하여
잘못된 인연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못된 짓하는 것만 거슬립니다.
그러면 안 되지요.
왜 내가 있어서 비로소 남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며
항상 그 소중하고 소중한 인연을 망치려 드는가요 ?
내 行이 잘 못됨을 탓하기 이전에 무엇 때문에 인연법을 가지고 쓸데 없이 핑게를 대시는가요 ?
모든 것 이전에
정말 ㅡ 그대는 자신과의 인연을 아시나요 ?
2011년 4월 20일 청강 서산 김세환 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