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밝게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 이것이 자등명이다.
법선도강좌*“마음의 등불을 밝히자” 2/2
이를 가지려면 무엇이 없어야 하는가 ? 착이 사라져야 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관 없이 모든 것을 평범하게 대하고 이에 좌우되지 않는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애착이나 탐착에서 벗어난다.
그것은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이나 가능하지 않습니까 하는 의문이 있을수 있다.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명예도 어느 정도 갖춘다면 공부하기 쉬워지는 것이니 그때부터 하자는 말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갖춘다는 것 자체가 자칫하면 쓸데 없는 허드레 일에 매달리거나 아니면 쓰레기를 모으는 일이 되기 쉽다. 또 그런 것에 매이다 보면 공부하기보다는 그거 모으는게 재미 있어서 공부를 안한다.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고 나오다가 운수없게도 천호대교 위에서 펑크가 났다. 운전사는 당황한 듯이 차에서 내려 뒷바퀴 쪽으로 가더니 슬그머니 올라와서 자리에 앉는다. 그러니 승객들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다가 펑크가 난 사실을 알고는 한두 사람 씩 내리기 시작했다. 강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가운데 승객들이 인도로 올라서서 다음 차로 갈아 타기 위하여 기다렸다. 2-3분도 안되어 동일한 죄석버스가 왔다. 기다리던 승객들은 모두 그 차를 타기 위하여 몰려 들었다. 그런데 유별난 아줌마가 한 사람 남았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그 다음 차에나 탈까 하다가 어차피 그 다음 버스가 세워 줄지 어떨지 모르니까 그냥 승차하려는데, 그 아줌마는 열을 올리면서 운전기사에게 대드는 것이다.
“ 당신이 차를 운전하는 책임자라면, 사고가 나서 승객이 내릴 상황인데 아무말도 없이 슬그머니 앉아 있으면 어쩌자는 것이냐 ? 뭐라고 해명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하지 않는가 ? ”
대체로 그런 내용인데 운전사가 슬슬 피하니까 더 기세가 등등하다. 아줌마는 그 버스에 갈아 타려고 하지않았다. 나는 버스에 오르려고 하다가 그러지 말고 함께 타고 갑시다 하고 말했다. 막무가내였다. 나는 버스가 발차하려고 하니 올라 타지않을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아줌마의 말이 생각났다.
“ 명색이 좌석버스인데 어떻게 서서 가느냐 ? 나는 앉아가게 해줘야 버스에 타겠다”
그 순간에 어쩐지 그 아줌마가 버스에 타면 내가 어떻게 하서든 앉힐수 있을 것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그 아줌마는 끝내 다음 버스에 타지 않았다.
나는 맨 마지막으로 그 버스에 타고 운전석 바로 뒷자리의 의자 귀퉁이를 붙들고 섰다. 버스 복도에는 여러 사람이 꽉 차서 발을 들일 틈 조차 없는 만원이 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그 버스도 사람이 거의 찬 상태였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그 다음 순간에 벌어졌다.
내 앞자리가 소리도 없이 비는 것이다. 바로 그 다음 정거장인 국제약품 앞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까 그 아주머니는 내가 자리를 양보할수 있었을 터이니, 아까운 기회를 놓친 셈이다.
세상일은 다 그런 면이 있다. 복이 와도 차버리는 어리석음을 어떤 사람은 굳세게 가지고 살아 간다. 그러다가 불행한 인생을 사는 자신이 남의 탓으로 그렇게 되는 줄 안다.
그 아줌마는 혹시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부끄러움과 그리움을 모두 잃은 사람이 아닐까 ? 이 세가지는 밝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덕목이다.
199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