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을 共業이라고 합니다. ”
<질문>
안녕 하십니까? 저는 누구나 한번쯤은 겪고 넘어갔을 " 이 세상에서 무슨 업보로 고통을 받으며 사람들은 세상을 사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온 청년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가슴 아픈 일이 제 주위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시겠지만 며칠 전에 대구의 모여고생이 납치 살해를 당하는 뉴스를 보셨을 겁니다.
그 아이는 제가 아는 학생입니다. 정말로 착하고 바른 아이였습니다. 부모님 또한 세상을 올바르게 잘 사신 분이구요. 그렇게 올바르게 잘 살아왔던 그분들은 딸의 허망한 죽음으로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을 받으며 살고 계십니다. 흔히들 이런 경우에 전생의 업이다, 조상의 죄 때문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로 화가 납니다.
도대체 그 아이와 부모님들은 전생에 무슨 악업이 있길래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합니까?
정말 너무도 좋은 이웃이었고 공부도 전교1등에 너무나 착하고 바른 아이였지요.
오랜 시간동안 지켜본 저의 마음역시 너무 괴롭습니다. 제 가족은 아니지만 지금 그 아이의 부모님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세상살이에 대한 회의만 남을 뿐입니다.
어떻게 그 아이의 부모님을 위로해 드려야 할까요! 정말 그 아이는 전생에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어리석은 질문인줄 알면서도 너무도 허망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기회만 된다면 그 아이가 지금 죽은 후에 어디로 갔는지 까지도 알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부모님의 마음이나마 위로해 그리고 싶습니다.
<답변>
SK 님 귀하
고통 받으며 사는 중생들에게 늘 인과법이라고 하는 굴레에 대하여 말하면서 무슨 업보로 인하여 이런 일을 겪었겠지 하고 합리화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러한 인과법칙과도 전혀 무관하게 정말 억울한 죽음을 맞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우리 들 모두의 공업(共業)이라고 합니다.
말씀 드리자면 " 아무 까닭도 없이 죽음을 마지한 분들"과,
"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위험에 처하여 고생하시는 분들"이 여기에 듭니다. 그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정말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기도 하며 때로는 위험 속에서 고통 받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공업 때문이지, 결코 개인적인 사고나 고통이 아닙니다.
먼저 그런 점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세상의 흐름이 그렇습니다."
살기가 넘치고 어딜 가든 뭔가를 해치려는 기운이 엿보이는 세상이고 보면 그러한 억울한 죽음이 본인의 인과와 상관없이 생깁니다.
그 부모님을 잘 아신다면 그 분 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실 때에, 이렇게 알씀하시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실 것입니다.
" 아무 죄를 지음 것도 없이 깨끗하고 청순한 그 아이가 죽음을 마지한 일은 우리 모두가 죄가 많아서 그렇다고" 말입니다.
물론 죄 없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그 여고생 분은 좋은 극락으로 인도되었음을 확신 합니다. 하지만 남은 가족이 이 일로 인하여 마음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억울한 죽음 때문에 다시 그런 분노심과 억울한 마음만 가지고 평생을 보낸다면 이 역시 너무나 슬픈 희생입니다. 그 일만은 풀어 드려야 합니다.
어딜 가나 슬프고 어려운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이는 정치 때문이다. 교육 때문이다 말은 잘 하지만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모두들 사람의 목숨에 대하여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는 습관이 은연중에 들어가고 있음을 중시해야 합니다.
그러한 살기가 그 학생을 죽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어떤 말로도 가족의 슬픔을 모두 거둬드릴 수야 없는 일이지만, 만일 귀하께서 그 학생의 가족 분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릴 수만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새로 생긴 또 하나의 살기를 막는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억울한 죽음에는 복수심이 생기고 그 것이 이뤄지지 못할 때는 한이 맺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한은 결코 살아 있는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부디 잘 말씀 드려서 그 학생이 좋은 데로 가셨음을 알려 드리고 마음을 위로하여 드리기 바랍니다.
2006년 10월 개천절 제마 법선사 김세환 합장 배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