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의 발생원인
정신지체의 발생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아직까지도 중도정신지체의 30% 정도와 경도정신지체의 50% 정도는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이다. 이제까지 밝혀진 상당수도 직접적인 발생원인이라기보다는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높다는 정도의 단정적이지 못한 원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장애정도가 심한 경우는 특정 질병이나 두뇌 손상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경우이며, 지원이 보다 덜 필요한 경도정신지체아동들은 환경적인 원인론이 우세하게 적용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1. 유전적 요인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신체, 정신 또는 성격 특성을 담고 있는 기본적인 생물학 단위이다. 각각의 인간 세포에는 28,000~40,000개 정도의 유전자가 염색체 내에 특정한 배열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염색체란 유전정보 및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방이나 작은 가지를 말하는데, 각각의 인간 세포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전형적인 크기와 형태를 이루며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특성을 결정짓는 수많은 형질들은 염색체 내에서 특정한 유전자 쌍으로 구성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이러한 전달은 상염색체의 우성, 열성 유전과 성염색체의 유전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성유전에서는 한 개의 유전자가 다른 한 개의 유전자를 통제하거나 덮어 씌우게 된다. 이에 비해 열성유전에서는 한 개의 유전작 상이한 열성유전자와 만나 쌍이 되었을 때는 그 영향이 미미하고, 똑같은 열성유전자와 만났을 때만 그 영향력이 표현형으로 나타나게 된다.
1) 우성유전
정신지체와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우성유전 질환으로는 결절성경화증과 신경섬유종증이 있다.
(1) 결절성경화증
결절성경화증(tuberous sclerosis)은 일종의 피부질환이다. 생화학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특성을 지니는 상염색체의 장애로 인해 종양이 인체 내의 특정 기관에 생기면 그 부위의 세포들이 파괴된다.
종양으로 인한 세포의 파괴 정도가 가벼울 때는 정신지체나 기타 건강 상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 않으나, 파괴의 정도가 심한 경우는 정신지체, 간질, 조기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2) 신경섬유종증
심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은 17번 염색체 상의 유전인자의 문제에 기인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신생아 3,000명당 1명 꼴로 출현하는 바, 이 중 절반은 유전된 것이고, 나머지는 유전인자의 자연발생적인 돌연변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피부에 연갈색의 카페오라고 불리는 반점이나 신경, 또는 기타 신체부위에 생기는 여러 개의 부드러운 섬유종창이나 종양을 특징으로 한다. 종양이 두뇌에 생긴 경우는 중도 정신지체가 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정상 범주의 지적 능력을 지니거나 학습장애를 나타나게 된다.
2) 열성유전
열성유전은 똑같은 성질의 두 보인자의 결합에 의해 가능한 경우인 바, 이러한 열성유전으로 인한 장애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의 미확인 보인자를 알아내는 유전자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정신지체와 관련있는 열성유전은 흔히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대표적인 영양소, 즉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을 선천적으로 대사시키지 못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1) 페닐케톤뇨증
페닐케톤뇨증(phenyketonuria)은 상염색체의 열성유전자에 기인하는 대표적인 아미노산 대사장애이다. 페닐알라닌은 우리 신체 내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형성하는 데 관계하는 중요한 아미노산이다.
페닐알라닌이 도파민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많은 효소가 필요하나 페닐케톤뇨증의 경우는 이러한 효소들의 결핍으로 페닐알라닌이 도파민으로 변하지 않고 혈액 속에 축적되게 된다.
페닌알라닌은 독성이 강하여 농도가 높아지면 두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주게 됨과 아울러 심한 공격성, 과잉행동, 정신지체를 나타내게 된다. 신생아 때 선별검사를 통해 페닐케톤뇨증 여부를 알아내고, 페닐알라닌의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식이요법은 일반적으로 아동기까지 시행하지만, 일생 동안 계속해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2) 갈락토스혈증
갈락토스혈증(galactosemia)은 우유에 많이 포함된 당류 형태인 갈락토스를 글루코스로 대사시키지 못하는 열성유전 질환이다. 이 증후군의 외현적 증상으로는 정신지체, 간과 신장의 기능장애, 백내장 등이 대표적이다. 아동의 식단에서 낙농식품을 제한하는 것이 증상의 악화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3) 타이-삭스병
타이-삭스병(tay-sachs disease)은 상염색체의 열성유전자의 이상으로 지방질 또는 지방이 체내조직에 증가되는 진행성, 퇴행성의 질환이다. 이 질환은 전형적으로 장애가 시작되는 1세 말경까지는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다가 급속도로 나빠져 4세경이면 심한 정신지체, 경련, 시력 상실, 마비를 일으키거나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으로,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염색체이상
염색체의 배열은 세포에서 염색체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확대하여 크기가 가장 큰 것을 1번 쌍으로, 크기가 가장 작은 것을 22번 쌍으로 배열하고, 다음으로 성염색체를 23번 쌍으로 배열하는 과정을 거친다. 임신 초기 약 10% 정도에서 발견되는 염색체이상은 출생 전에 이미 결정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유전되는 것으로 분류하는 문제는 아니다. 다시 말해, 염색체의 이상이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감수분열이라고 하는 세포분열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성에 기인하는 문제이지 유전되는 변화의 산물로는 보지 않는다.
(1) 다운증후군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은 정신지체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상염색체 이상의 경우로서 하위유형으로는 상염색체 21, 모자이시즘, 전좌(전위)의 세 가지가 있다.
상염색체 21형은 어느 한 쪽 부모로부터 염색체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분리되지 않은 21번 염색체를 한 쌍 물려받고, 나머지 한 쪽에서는 정상적으로 분리된 반 쌍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47개의 염색체를 지니게 된 경우이다. 이러한 상염색체 21형을 초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요소들로는 약물, 방사선, 화학물질, 간염 바이러스에의 노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임산부의 초산 연령이 30세 또는 35세 이상을 지칭하는 노산의 경우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상염색체 21형의 20~25%는 모계가 아닌 부계의 연령과 관련된 경우라는 가정도 제기된 바 있다.
다운증후군의 두 번째 유형인 전좌(전위)는 보인자에 의해 유전적으로 전달되는 성질의 것으로, 21번 염색체로부터 온 여분의 물질이 13번 또는 15번 염색체 쌍에 붙어 완전하거나 불완전한 상염색체를 유발한 경우이다.
다운증후군의 세 번째 유형인 모자이시즘은 불완전한 발달로 해서 세포의 일부는 정상이고 일부는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경우이다. 다운증의 출현율은 전세계적으로 800~900명당 한 명 꼴이며, 전체 정신지체아의 5~6%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운증후군 아동들에게 관찰되는 공통적이고 독특한 신체적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 작은 키와 비만인 체형
- 작고 낮은 코, 작은 귀, 위로 올라간 눈꼬리에 난시나 사시가 많은 눈
- 평평하고 넓적한 얼굴
- 혀를 내밀게 하거나, 조음문제를 일으키는 작은 입과 짧은 구개
- 안으로 굽은 손가락과 짧고 넙적한 손
-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한 개의 손금
- 낮은 근육의 긴장도
- 심장이상 (전체 사례의 약 1/3)
- 높은 호흡기 질환의 발병
(2) 브래더-월리증후군
이 증후군의 대부분은 15번 염색체의 부분적인 결실이 발견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이 증후군의 70% 정도는 부계쪽에서 전달받은 장완 염색체의 부분적인 결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래더-월리증후군의 대부분은 경도 정신지체와 학습장애, 그리고 음식에 대한 지속적인 집착, 작은 체구와 신장과 같은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낸다. 또한, 이 증후군 아동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울화(temper tantrume), 충동성, 공격성, 자해, 고집부림과 같은 문제행동과 더불어, 음식에 대한 지속적인 집착의 결과로 인한 과도비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4) 성염색체 유전
(1) 유약 X증후
일명 마틴-벨 증후(Martin-Bell syndrome)라고도 지칭되는 유약 X증후(fragile X syndrome)는 전형적으로 23번째 X 성염색체의 하단 부분이 약해서 접혀져 있거나, 좁은 모양, 또는 끊어진 형태로 되어 있는 중도 정신지체 남아들과 관련이 깊은 유전질환이다.
여자의 경우는 2개의 X 성염색체가 한 쌍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손상을 입어도 나머지가 그 기능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증상은 표현되지 않는 보인자가 된다. 물론, 여아의 경우도 적은 수나마 표현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여아의 경우, 장애 정도는 통상 학습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정도이지, 약물이나 기타의 처치를 필요로 할 정도의 심한 장애를 지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남아의 경우는 하나의 X 성염색체만을 지님으로 해서 이의 손상은 바로 표현형으로 나타난다.
현재의 연구결과들은 유약 X증후가 다운증후군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신지체의 임상적 유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유약 X증후군인 아동들의 보편적인 신체적 특성은 굴곡진 입천장, 유난히 큰 귀, 돌출된 이마와 턱, 길고 갸름한 얼굴, 큰 머리, 길고 약한 귀와 손, 빈약한 근육강도, 평발, 심혈관 이상 등이다.
(2) 레쉬-니한증후
정신지체를 유발하는 성염색체 열성유전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페닐케톤뇨증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신진대사장애인 이 증후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매우 잔인하게 자신의 살갗을 물어뜯는 것과 같은 자해행동, 그리고 타인을 때리고 꼬집거나 물기, 외설스러운 말을 하거나, 침을 뱉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점이다.
(3) 클라인휄터증후
남아의 경도 정신지체와 관련이 있는 이 증후는 여분의 X 염색체를 더 받아서 XXY 배열을 이루는 증후이다. 이 증후를 지니는 아동들은 많은 경우가 사회성 지체, 남성 성기의 발육부전, 불임, 2차적인 여성 성징 등을 나타내게 된다.
(4) 터너증후
여아의 정도 정신지체나 학습장애와 관련이 있는 이 증후는 두 개의 X 염색체 중 하나가 임신 초기에 소실됨으로 해서 발생된다. X염색체가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경우인 이 증후 아동들은 공통적으로 키가 작아 최종 어른 키가 평균 143cm 정도이며, 무난소증, 사춘기에 나타나야 할 2차 성징의 결여, 불임 등을 나타낸다.
5) 기타의 원인
정신지체의 기타 원인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한 두뇌의 손상이다. 풍진이나 매독, AIDS 산모가 감염되었을 경우에도 태어나는 아기가 정신지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풍진이나 AIDS는 머리가 작고 끝이 뾰족한 소두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두증 아동의 대부분은 중도 및 최중도의 정신지체를 나타내게 된다. 신생아가 또한 뇌막염, 뇌염, 소아 AIDS 같은 질병에 걸려 뇌손상을 입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소아 AIDS는 가장 빨리 증가하고 있는 정신지체의 감염성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뇌척수액이 원활히 순환되지 못하고 뇌실에 축적되어 대두증을 유발하는 뇌수종은 일찍 발견하여 치료하지 않으면 정신지체를 초래하게 된다. 뇌수종의 경우는 수술로 가는 관 모양의 션트(shunt)를 삽입해 축적된 뇌척수액을 뽑아내게 된다.
정신지체는 약물남용, 영양실조, 방사선, 음주, 흡연 등과 같은 유해한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산모가 복용할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코카인이나 마약뿐만 아니라, 담배, 술, 카페인 등을 많이 하는 임산부도 정신지체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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