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 일기 (2)
“ 천도하고 나서 합격의 영광까지”
2005년 7월 중순.
“ 저는 제 아내가 무서워요.”
멀리서 온 그는 겁에 질린 표정이다.
“ 아내가 무섭다니요 ?”
“ 매일 밤 저를 학대합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남편학대 현상인가 보다. 그러나 단순한 가정 폭력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 아내가 그러면 당신께서 막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 뭐가 그렇게 겁이 나세요 ?”
한심하다는 얼굴을 보이면서 그는 불쾌한 말대꾸를 한다.
“ 한 번 당해 보세요. 어떤가. 그런 게 아닙니다.”
말 못할 사연은 좀 복잡하고 길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을 믿지 못하는 병에 걸려 있었다. 그뿐 아니라 자기보다 학력이 높은 남편에 대하여 열등감을 가지고 대드는 여인이었다. 항상 그에게 너는 다른데 여자가 있지 않느냐고 잠을 재우지 않으며 꼬치꼬치 하루 행적을 캐는가 하면, 잘 난 대졸 학력을 가진 주제에 무엇 때문에 공장 노동자 일을 하느냐면서 따지고 들었다.
너무나도 한심한 일이다.
그의 아내는 빙의되어 있었다. 핸드폰에 저장된 그녀의 얼굴을 보자 빙의된 사람의 특징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볼 따귀에 살이 들어 있고,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소리를 통하여 귀신의 소리가 섞여서 들린다.
“ 거기 뭐 하러 갔어. 너 죽을 줄 알어. 그 놈 바꿔. 너 진짜 거기 간 거야 ? 딴 년하고 있는 거 맞지. ”
상담하러 온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폭언을 퍼부으면서 남편이 주눅 들게 만든다. 귀신의 정체는 남자영혼이었다. 아내의 몸에 들어와서 의부증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완전히 영적으로 지배하려고 하는 태도가 분명하다.
다음에 날을 정하여 초령작업을 거쳐서 귀신을 천도했다. 다행스럽게도 지박령이 아닌 관계로 슬며시 다가온 영혼을 붙들어 천도하는 일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에 대한 공포증이 삭아들지는 않았다. 전보다 태도가 나아졌으나 그렇다고 해서 의부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럴 줄 알고 미리 한 달에 한 번씩 오셔서 기도하라고 하길 잘 한 일이었다. 귀신이 빙의하여 뇌에 의심증 발생부분을 구성하면 당분간 그런 심리적인 현상이 지속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체로 3-6개월이면 그 증상이 사라진다. 문제는 그런 증상이 사라질 질 때 까지 시차를 보이므로, 남편이 믿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그는 믿음이 강하여 올 때마다 기도하면서 수호령의 도움을 받아 나아지기를 기원했다. 지성이며 감천이라는 말 그대로 그는 지난달에 공인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고 한다.
“ 아니 어느 사이에 공부를 하셨나요 ?”
“ 그전에 공부해 뒀던 것도 있고 해서 선생님께서 기도해 주시는 힘을 믿고 집중했더니 합격했네요.”
지나가는 말로 시험을 보니 기도해 달라고 청한 일은 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기쁜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러나 아내가 그의 말에 조금씩 부드럽게 대하게 되더니 최근에는 아주 잘 대해준다고 하는 말이 더욱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요즘도 한 달에 한 번씩 꼭 와서 축원 기도를 하고 간다.
2006년 12월 6일 제마 김세환 법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