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당이 얕보이는 이유 중에서 먼저 행동적인 면에 대하여 한 말씀 드립니다."
동자신이 많이 보이는 사람은 동자신의 성격에 가까운 장난끼가 많고 순진한 사람이지만,
선녀신이 많이 보이는 사람은 자기애가 강하고 애정에 집착이 많고 애욕이 강한 사람입니다.
선녀신이 들어 온 사람 중에는 배우자 이외에 많은 이성을 거느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자신과 선녀신이 함께 자리하는 사람은 가족사랑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장군신이 온 사람은 권력욕이 강하여 남을 지배하고 싶어 합니다.
가장 흥미 있는 신령은 군웅인데 이 신이 온 사람은 거칠고 투쟁욕이 강합니다.
매사에 말보다는 주먹을 앞세우고 싸우려 드는데 어쩌면 그 사람 자신이 투쟁욕구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무속에서 말하는 신령이 여러 형식의 인간에서 유래한 신령들이므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신령이라기 보다는 특별한 인간성이 그대로 특화된 전환현상(트랜스퍼)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당연히 신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신과 병원에서는 통제 불능의 정신 분열 증상으로 보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무속이 얕잡아 보이는 이유는 좋은 신령들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신령의 특성을 잘 살려서,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나쁜 본색을 드러내어 야하게 행동하는 점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자신이 왔는데 어리광을 부리며 과자라든가 놀이에만 빠지거나 조금만 피곤하면 잠이나 청하고,
선녀가 왔는데 자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치켜세워 달라고 짙은 화장을 하거나 성형수술까지 받고 뽐낸다면 ,
누가 진정한 무당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아무리 굿을 할 때라고 하더라도 피가 철철 흐르는 생고기를 덥썩 입에 대고 물어뜯는 군웅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누구든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합니다.
무당이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절제가 없는 신령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행동이 옳고 그르다는 측면에서 판단하기 보다는 보여지는 모습에 거부반응이 나타난다면 누가 무당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겠습니까 ?
설득력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자제력이 강한 무당일수록 품이 올라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령의 욕구마저 자기의 힘으로 자제할 수 있는 무당이라야 진정한 무당입니다.
무당이 평소에 중생을 대할 때는 거부반응에서 생긴 나쁜 기억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비용에 얽힌 치욕성
세상 사람들은 일단 어떤 무당이 돈을 밝힌다고 소문이 나면 장사꾼이 돈을 밝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욕을 합니다. 다시는 안 간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그럴 때만 성직자로 여겨지는가 봅니다.
(사실 성직자들이 차원 높게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을 모르고 사는가 봅니다. 무당들은 푼돈으로 해결해 주는 거지처럼 생각합니다.)
어느 무당이 돈을 거의 받지 않거나 주는 대로 받고 일하다가 어느 날부터 자기도 살림살이를 해야 하고 인간답게 먹고 살아야하니까 돈을 요구합니다.
“신령님이 돈 가져 오라고 하느냐?” 하면서 여태껏 신세만 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썰물처럼 빠져 나가며 한마디씩 욕을 합니다.
(무당은 아니라지만 이것은 오래전에 제가 경험한 일입니다.)
“그렇구나, 이 무당이 우리를 속이기 위하여 지금까지 우리에게 선심을 쓴 것이고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하며 비난합니다.
누가 보아도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액수가 얼마든 우리가 주는 대로 받지 왜 돈을 요구하느냐고 말하며 비난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러다가 정작 자기가 영혼의 문제나 귀신의 문제로 위태로워지면 다시 찾아와서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신령님 잘못했다고 하며 도와달라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작태에 대하여 그 누구도 편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하, 그 녀석이 또 왔구나. 언제나 빈손으로 와서 신세만 지고 가는 녀석이 웬일로 울며 매달리는가?”
하고 신령들이 홀대합니다. 그들 역시 평범한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의리를 아는 사람에게는 의리를 아는 만큼 잘 대해주고, 그렇지 못하고 염치없는 짓만 골라서 하다가 도움을 받으려고 오면 시큰둥한 것이 사람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무당이 돈 밝힌다는 소리를 안 듣게 될까요 ?
이 세계에도 일하는 품새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선이라고 하는 것이 불문율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선을 잘지켜나가면 됩니다.
그래서 조상거리를 하는 데는 얼마 상문푸리를 하는 데는 얼마 치성굿을 하는 데는 얼마라고 통상적인 수준이 대충 정해져 있습니다.
물론 일 잘하는 사람과 애동 수준인 사람사이에는 무척 큰 차이가 납니다.
그렇지만 터무니없는 돈을 달라고 하고 안 주면 큰 일이 닥친다고 공갈협박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이미 무당이 아니라 강도입니다.
일전에 무당이 수 억 원의 돈을 갈취했다고 해서 신문이나 방송에 크게 소문이 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무당이 무엇을 잘 못했나 하면 보편타당성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신령이 그런 엄청나게 큰돈을 요구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엉터리 같은 신을 빙자하여 돈을 요구하다 보니까 그런 일이 셍깁니다.
물론 일을 해주면서 미리 일하는 데 소요되는 금액을 신령님에게 물어가지고 답을 내는 일도 있습니다.
그때 정상적인 신령님들은 너무 지나친 금액을 요구하여 의뢰인에게 큰 해를 줄만한 그런 무리를 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어떤 무당들은 가끔 엄청난 돈을 요구하는 귀신을 모시고 살면서 신령님 말이라 하면서 무리한 짓을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바로 그러한 인간적인 욕심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돈 문제가 무당이 푸대접받고 무시당하는 이유로 덧붙여집니다.
마음속에 무당을 깔보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네까짓 것이 돈이나 밝히는 주제에 무슨 신령의 힘으로 나를 진정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는 아주 이상하고 야릇한 빈정거림이 스며들어 있으므로
언제나 무당은 공짜로 사회봉사를 해야 하는 천민들이 아니냐 하는 식의 멸시가 바탕에 깔려 있는 셈입니다.
요즘은 그런 멸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다가 무당들이 종단도 만들고 그러지만 무교가 불교는 아니므로 사이비 종단이라는 소리나 듣고 있는 형편입니다.
비용 문제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공정요금표를 만들 수도 없는 일이며 참으로 가여운 현실입니다. 더욱이 특정 종교가 판을 치는 세태에서 누구 하나 이렇다 할 소리도 못 내고 쥐죽은듯이 조용하게 고난의 세월이 빨리 흘러 좋은 세상이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며 , 착하고 성실한 무당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2011년 2월 15일 제마법사 청강 김세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