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동안 말로만 들어오던 용신(龍神)의 실체에 관하여 정말 믿기 어려운 희안한 경험으로서 영세계에 대한 괴기하면서 신비한 면들을 극명하게 나타낸 일화이다.
龍神이란, 자연의 강이나 폭포에 자리잡은 귀신으로서 죽은 인간의 혼과 자연령의 중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인물의 실명은 밝히지 않고 K로 표시하였다.
강원도 홍천땅 용수리에 좋은 자리가 났다고 해서 수행장소로 쓸만한가 알아 보려고 갔다.
(사진 설명: 용신을 만난 용수리 산의 사진. 기이하게도 흰 바위 모습이 여자의 형상이다. 마귀 할멈같은 이 형상은 이곳에 여자 용신이 있다는 것을 암시 한다.)
가보니까 거기는 계곡지대로서 두갈래의 물길이 합해지는 곳이었다. 말하자면 이수합류목(二水合流目)으로 좋은 인재를 기를 수 있는 자리라는 풍수상의 길지였다. 하지만 집의 모양이 본시 식당의 용도에 맞추어 지어진 탓에 물위에 뜬 누각으로 지은 것이 좀 마음에 걸렸다. 거기에는 식당을 하는 자리지만 겨울철이라 손님이 없어 휴업을 하고 주인여자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집의 자리가 물가이므로 정좌한 다음 영시 상태로 들어가서, 용신들을 불러 물어 보니, 자리가 좋으니까 오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땅에서는 더운 물도 나오고 바람이 온화라며 북동남에 걸친 세 봉우리의 산세가 결집된다고 선전이 대단하였다. 그 말을 믿고 그렇게 하려고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날이 지나고 새벽에 일어났다.
꿈을 꾸는데 난데없이 미모의 두 여자가 나타나더니 나에게 성교를 강요한다. 이는 내 뜻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반강제이고 거기다가 두 여자가 한꺼번에 나의 정기를 빨아 들인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나에게 오다가 이제 오지 않고 있는 두 여자였다. 이성과의 돈문제로 말썽을 일으킨 S씨와 또 한 여자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라진 사람이었다.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지만 기분이 아무래도 찜찜한 것이 그 꿈에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곰곰히 따져 보니까 역시 꿈에는 무서운 뜻이 담겨져 있었다. S씨는 임진생에 병신일주를 타고 난 사람이며, C씨는 갑진생에 신사일주를 타고 난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용들이 아닌가 ? 용 가운데서도 여자용이다. 어쩌면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귀들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체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땅의 내력등을 물어본 나에게 잘못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두 여자들의 사주를 맞춰 보아 상성을 따져보니 사신(巳神)형살로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됨을 암시하고 있다.
꿈을 깨고 나서 나는 이 땅을 소개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계약을 치르지 않기로 통고했다. 꿈에 나타나서 성교를 강요하고 나의 정기를 빨아들이려는 두 여자귀신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알고서는 도저히 그 터에 자리하기는 거북했던 까닭이다. 그 집 주인은 우연인지 모르나 꿈 속의 한 여자인 C씨와 성이 일치하였다. 본래 토목기사인데 돈을 많이 벌어서 거기다가 식당을 짓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용신들의 지시에 의하여 움직이고 엄청난 투자를 하였음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집을 지어서 사업이 잘 풀리지 못하였다고 한다. 총투자비만 보더라도 족히 2억은 넘을 것 같은데, 그 곳을 1억 5천에 처분하기로 했으니 그동안 집을 짓고나서 얼마나 자금에 쪼들렸는가는 자명한 일이다. 때때로 신들은 이런 장난을 하여 많은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 며칠 후에 K의 재를 올렸다. 이 여자의 사주는 임인년의 병신일 생이다.
그리고나서 14일 새벽에 큰 일이 터지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