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일하는 놈은 죽도록 일만하고 싸움하는 놈은 싸움 만하고 알 낳는 여왕개미는 먹고 자고 알만 낳는다.
이것을 가리켜 <이기적 유전자 이론>이라는 진화생물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군락의 크기가 커지면 여왕개미에게 모든 번식 일을 맡기고 다른 개미들은 일 만하는 편이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진화하는 초기에는 개미들이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그다지 높은 진사회성(眞社會性: 역할분담을 이루어 집단으로 움직이는 성질의 사회)을 요구하지 않았으나, 군락의 단위가 커지면서 점차 더욱더 진사회성이 발달했을 것이다"
이 말을 알아 듣기 쉽게 풀이하자.
일개미의 차원에서는 한 놈, 한 놈은 번식을 포기하면 자기 종자의 측면에서는 손해일지 모르나 전체 사회를 보면 번식을 포기하고 더욱더 많은 번식력을 가지는 편이 집단적으로 보아도 거의 동일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데 유리하다. 그래서 각개 생식 일의 포기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잠시 개미가 아니라 인간 차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본다.
옛날에는 계급이 철저하게 분화되어 마치 개미처럼 사회구성이 역할과 신분으로 분화되어 있었다.
양반이라든가 상놈이라든가 천민이라든가 그런 개념 뿐 아니라 직업상으로도 대대로 같은 일을 하는 가문이 이어졌다. 말하자면 인간세계에서도 그런 차원의 이기적 유전자이론이 어느 정도 성립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가 계급 타파라고 하는 대세에 밀려 지금 우리들은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각기 하는 일과 계급을 세습하지는 않는 차원으로 변화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개미 사회에서 그런 분화와 더불어 일어나는 유전자 몰아주기 현상, 앞에 나온 진사회성을 가진 시스템 사회가 이뤄지게 하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
하나의 훼밀리로 구성되는 개미집단에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게 만드는 아주 재미있는 명령체계가 성립되어 있으며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게 하는 언어체계로서 <훼로몬>이라는 물질이 도입되어 있다. 개미들이 서로 몸을 부딭히면서 양방향 통행을 하는 장면을 관찰해 보면 그들이 훼로몬 냄새를 맡으면서 항상 예스냐 노냐를 결정하면서 걸어가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바로 이런 시스템은 집단에서는 하나의 영체로 수렴되는 크기가 매우 작은 개미들의 영체가 하나하나의 요소로 작용함을 느끼게 한다.
개미는 집단령체라고 보면 된다.
개미 한 마리가 어디 구석에서 적과 만나서 죽더라도 전체에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반대로 힘을 모아 한 덩이의 음식을 운반할 때는 자기 몸무게의 30배에 해당하는 것도 서슴치 않고 들어 올린다.
그렇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
그것이 바로 집단영혼의 존재이며 그 존재가 하나의 단위로 돌아가면서 모든 일을 해 나가는 것이고, 인체로 비유하자면 여왕개미는 <개미집단의 자궁>이라고 보면 된다.
미분화 사회의 인간에게도 이 이론은 적용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한 사람이 예를 들어 대통령이 된다든가 해서 잘 되면 우르르 따라서 잘 되고 하나가 말썽 부리면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때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혼이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기보다는 집단령으로 훼밀리를 구성하고 연게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어쩌면 이러한 집단령적인 체계가 살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척박한 반도에서 살아 남아 있으며, 동시에 큰 발전보다는 늘 이렇게 종종 걸음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집단령체를 지도하는 지도자는 누구일까 ?
2003년 4월 3일 금강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