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종교 / 강신계냐, 아니면 세습계냐 ?
우리는 신 받은 민족인가 ?
때때로 우리민족을 가리켜 신명의 민족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런 말을 한다.
" 우리나라 사람은 신이 나야 일을 잘 합니다. 신명이 나야 지치지 않고 일을 잘하고, 성취감도 느끼고 공동체 의식도 살아납니다. 일종의 굿판 같은 것이 서야 거기에 모여 마음이 합해지고 공통목표를 달성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박정희 시대에는 그런 힘으로 새마을 운동도 해냈고 경제개발도 해냈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신명을 낼만한 계기도 없고 모두가 각자 각자 제각기 생각이 다르니 사회에 탄성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신바람 민족을 주창하신 H 교수의 강연내용 요약>
그러고 보니, 실제 사례로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끼를 많이 타고났다는 점은 인정할만하다. 왜냐 하면 전체 인구의 20 % 정도는 영감체질이기 때문이다(누가 영감체질인가 ? ---꿈을 염두에 두는 사람을 영감체질로 보면 됨).
그중 반 정도 다시 말해서 10 %는 영매가 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영감을 지니고 살아간다. (아마도 다른 민족을 살펴보면 이렇게 까지 영적으로 예민한 사람의 비율이 높은 민족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신을 받은 민족이라고 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단군신의 자손이라든가 하는 말은 우리의 역사전통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지 실질적으로 우리가 단군의 신령을 받아서 살아가는 종교적 국수주의에 빠져 사는 일은 없다.
한편 흥미로운 점은 우리민족이 아무리 종교가 여러 종류로 섞여 있는 상태에서 살아도 별로 부딪치지 않고 산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종교적 갈등으로 인하여 내란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적인 갈등이 있을지 모르나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바로 샤먼 적(무속적) 사고에 익숙하다는 점 때문이다. 어느 종교나 신비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의식체계가 종교가 다르더라도 서로 반복갈등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다만 샤머니즘 (무속종교)은 크게 나눠 보면 강신계와 세습계로 나뉘는데, 종교들도 잘 보면 이 두 가지 측면에 부합하여 무리를 이루면서 유지해 나간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최근 들어서 인기 절정을 누리는 K 목사의 경우.
그는 강단에 서면 마치 개그맨 같이 보인다.
" 신우 여러분 , 주님께서 우리를 언제나 부르고 계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분은 우리 곁에 계시면서 우리에게 얼마나 주님을 찬송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계십니다----"
이런 대목에서 그는 신명이 나게 말을 음률을 맞춰 가면서 마치 서편제의 판소리를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개그맨처럼 아이 같은 말투로 바꿔 가면서 재미고 신명나게 설교한다.
그러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일 런던이나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그런 식으로 설교한다면 반응이 썰렁할 것은 물론 진지하거나 경건하지 못하다고 해서 반발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K 목사는 우리민족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굿판의 리듬감을 잘 살려 반응을 유도하고 있음이다.
잘 생각해 보면, 신을 영접하는 종교로서 기독교가 번창하고 있는 정신적 배태는 샤머니즘이라고 하는 정신적 배아에서 비롯된 것이다. ---*** 주의 사항/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가 샤머니즘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므로 함부로 왜곡시켜 말하면 안 됨.
한편 불교 법강을 들으러 가보자.
첫째 너무 졸린다. 내용이 뭔지 잘 모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대체로 졸리게 말한다.
" 여러 신도 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이번 우리 절에서 초파일을 맞이하여 신도를 늘리기 위한 법회를 앞으로 한 달 동안 하기로 했습니다. 극락세계가 열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 이런 식이다.
말 잘하면 목사가 되지 왜 스님이 되냐고 항의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너무나 구태의연하고 보수적인 분위기다. 말씀 내용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어조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생동감을 느끼지 못하니까 잘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심지어 최신 히크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페스티벌을 절 경내에서 벌이는 등(청량사/2003년) 신도유치를 위한 특별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하자면 샤먼으로 치자면 세습계의 느리고 보수적이고 그대로 이어나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것이 깔려 있는 것이 불교라고나 할까 ?
기독교는 강신무의 전통을 따라서 신명나게 설교하여 세를 늘리는데, 불교는 세습무의 전통을 따라서 무슨 행사를 하든 어떤 면에서든 트이지 못하고 뭔가에 매이고 마는 면이 진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예를 들면 기타반주를 하면서 염불을 한들 그게 무슨 잘못이라도 되는지 ? 그 예로서 클래식기타를 치면서 천수경을 치고 외우는 분이 계신데 정말감동적인 선율이었다.
때로 내가 사찰 법당에 가서 신명나게 목탁을 치면서 염불을 하는 일이 있다.
물론 주지스님의 허락을 받고 하지만, 끝나고 나면 거기 있던 신도들이 모두들 모여서 한 마디씩 한다.
" 스니 ㅁ, 어디서 염불을 배우셨나요 ? 녹음해 가면 안될까요 ? 등골이 오싹한게 천상으로 가는 느낌을 주시네요."
손을 보니 벌써 핸디캠으로 녹화를 하고 있었다. 머리도 깎지 않고 앉아서 염불하는데 그들의 눈에는 아마 박수 노릇하는 법사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 스님이라고 불러 주니 고맙다.
말하자면 그들이 그렇게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이유는 단 하나다.
염불에 신명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불교가 원래 신명의 종교인데, 요즘 들어 보면 점잔을 지나치게 빼다가 기독교한테 그 신명을 뺏기고 만 것 같다.
신라 중기의 원효스님, 그리고 그분의 스승은 표주박을 허리에 차고 거리를 다니면서 춤도 추고 소리도 하면서 설법에 나서셨다.
" 무 공 법계, 무--공 법계"
큰 소리로 떠들어 소리치면서 자리로 모이라 하는 용기가 살아 있었다.
요즘 들어 그런 스님 한 분이라도 계시면 만나보고 싶다. 그래서 기독교한테 밀리는 것이다. 신명나게 해도 모자란데, 기가 죽어 있다. 종교가 기가 죽었는데 누가 거기 따라 나서겠는가 ?
우리민족이 본래 시베리아 남부지역을 거치면서 북방계의 강신무당의 지도체제를 유지하다가, 반도로 들어서면서 차츰 세습무의 전통으로 이어나가게 되었는데, 이런 변화가 21세기 들어서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독교는 양대 종교 중 하나로 실상을 보면 세습무적인 종교로 보아야 하는데 오히려 강신무적인 종교로서 강하게 어필하는가 하면, 불교는 강신무적인 종교였다가 되래 세습무적인 얌전한 신앙으로 쇠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한마디 하고 넘어간다.
2005년 3월 9일 대영계 서산 김세환 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