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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야기 미치광이 도사

2005.08.15 03:50

xemasa 조회 수:8462

송도사의 부인이 법장을 찾아 온 것은 영혼의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을 때였다.
지리산 어느 암자에서 도를 닦고 있는데 기선생이라는 자가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핑계로 가장 알맞는 여자를 따로 하나 골라 주었다고 한다.  그 여자는 스승이 5년 이상 데리고 있던 제자였다.  
그래서 남편이 정말 함께 도를 닦는데 괜챦은 여자냐고 물어온 것이다.
그 여자를 만나고 나서부터 남편이 뭐가 보인다는 둥 느껴진다는 둥 하며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기에 이제 뭔가  좀 되나 보다 하다가, 정도가 지나쳐 완전히 미친 것 같다고 부인이 말했다.  
세상에 어느 선생이 그래 남편의 여자를 골라 주고 도를 닦게 한다는 말이냐고 물었으나 부인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부인은 도를 닦는다는 욕심에서 남편의 수발을 들어 주는 여자가 정해져 있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이상한 면을 보였다.
  
"사주를 볼줄 아니까 정말 맞는 상대인지는 좀 이 자리에서 미리 따져 봐야 겠소 "
법장이 젊은 여자의 사주를 펼쳐 보니 형편 없는 사주였다.  
병오년 신축월 임진일 생으로 축진 파살이 관궁에 들어 남자를 잡는 사주이고 시는 축시로서 역시 또 하나의 남자를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였다.
파살이라고 하는 것은 두드려 깨버리는 살인데 상대를 위험에 빠뜨리는 최악의 사주였다.
그러나 내색을 하지 않고 한번 데려와 보라고 말했다.

송도사 부인은 한달쯤 지나서 한 여자를 데려왔다. 나이가 갓 서른을 넘긴 여자인데 얼굴 살색이 희고 메끄라우며 턱이 아래로 쪽 바진 야윈듯이 보이는 상이었다.  학식은 좀 있어 보이지만 어딘가 살기가 느껴졌다.  
법장은 그 여자를 향해 말했다.
" 댁이 보살 노릇을 하는 모양인데, 송도사에게 득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시요 ? 아니면 해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시요 ?"
"저는 그저 스승님이 시키는대로 할 뿐이지 다른 이견은 없습니다. 스승님이 송도사님과 함께 기거하면서 수발을 들으라고 해서 그대로 따를 뿐입니다 "

말은 그것으로 끝났다. 손톱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말투에다가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매섭게 차가운 여자였다.
" 그래 ? 그렇다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지 ? 스승이 그냥 그렇게 시킬리가 없다 "
법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혼거생활에 대하여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그날 부인에게 말했다.
" 남편에게 더 이상의 해가 없으면 좋겠지만 무사할 리가 없습니다. 빨리 저 여자를 떼 버려야 삽니다. 안 그러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

그로부터 한달쯤 다시 지나서였다. 송도사 부인이 찾아와서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부탁했다.
" 그년을 빨리 떼 주세요. 제 남편이 저를 무서워 해요 "
그럭저럭 첩 비슷하게 지내 오던 중, 점차 그 여자와 부인 사이에 갈등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암자라고 하는 좁은 공간에서 두 여자가 한 남자를 놓고 살게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 남편이 위급하면 남편부터 구해야 합니다. 그 여자는 그 여자 문제로 해결하고 먼저 남편부터 데려 오세요 "

송도사는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건장한 남자였다.  법당에 꾸벅 절을 하더니 3천 3백3십원을 꺼내서 올려 놓는다.
"이게 무슨 짓이요 ? 법당에 인사를 하는데 웬 해괴한 짓이요?"
3천3백3십원이라면 이것도 무슨 까닭이 있다. 송도사는 부인과 눈을 마주치면서 말한다.
" 아-- 그거요.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 계시니까 그렇게 하는 겁니다"
" 도대체 누가 그럽니까 ?"
" 우리 신령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시는거죠 "
완전히 돌아버린 사람이다.

그렇다면 법장으로서도 이제 할일이 생긴 것이다.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면서 영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다. 누가 이제 영적인 능력에서 제압할 수 있는가만 남는다. 그런데 송도사는 겉 보기에 순박한 얼굴을 하고 있으나 눈빛에는 사악한 기운이 감돌았다. 영시로 들어가 차근차근 그가  도사연하게 만드는 영혼 세계의 조력자가 누구인가를 살펴 보았다.
참으로 놀랄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 우리 사위를 누가 건드리는거야 ? "
" 내 착한 손주에게 손이라도 까딱하면 재미 없을줄 알아 "
" 나의 선생님에게 누가 감히 대들어 ? "

송도사의 영혼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섞여 들어가서 혼합령이 되어 하나나 둘이 아닌 여러명의 영체로 나뉘었다가 다시 모이고 다시 뭉쳤다가 헤쳐지는 기이한 영체 혼동 현상이 용광로 처럼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송도사의 정신분열 증상은 거기에서 기인하는 것 같았다.

머리를 들어 집중력을 강화하고 손끝으로 구자인(九字印:밀교의 무드라 주법)을 그으면서 영체들을 불러 세웠다. 하나씩 나오는데 모두 19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정체를 알수 없는 문제성 있는 귀신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서 왔는가?
의문을 풀기 위하여 하나씩 심문을 시작했다.
모두가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빙의되었다가 뽑혀져 나와서 임시로 송도사에게 들어가 기거하는 중이었다.
" 송도사는 지금 영혼의 쓰레기 집하장. 다시 말해서 쓰레기통이요.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나 옆에 있는 여자가  끌고 오는 귀신들은 모두가 송도사에게 들어가 있소. 아마 그것을 알고 있는 스승이 일부러 함께 기거하도록 만든 것 같소이다. 스승은 고의적으로 송도사에게 그 여자의 영혼들을 짊어지게 한거지요 "

송도사에게 여자를 붙혀 주어 영매체질인 그의 몸을 빌려 여자에게 들어 오는 영혼들을 빼주도록 만든 스승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했다.
" 송도사님, 이렇게 살면 안됩니다. 이제 관계를 정리하셔야 목숨이 부지됩니다. 아시겠지요. 그 여자는 당신에게 독입니다. 아니 살입니다. 큰일이 나기 전에 내가 빼줄 터이니 귀신 문제는 나에게 맡기고 일단 그 여자와 함게 살지 마십시요 "
법장의 간곡한 부탁을 알아 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송도사는 난데 없는 말을 한다.
"그러면 이 중생들은 누가 돌봐 줍니까? 갈데 없는 이 중음신들의 거처는 누가 정해 줍니까 ? 우리 스승님은 이들을 돌봐 주고 영혼세계의 일도 도움을 받으라고 하셨는데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 아닙니까 ?"
이런 해괴한 궤변도 있다.  
귀신이 된 사람들 19명을 자기가 보호해주고 그들의 도움으로 도사 노릇을 한다.
그렇지만 그 귀신은 젊은 여자가 어디서 빼왔던 귀신들과 스승이 버린 귀신이라면 영적인 쓰레기통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에 틀림없다.
이 일은 본인이 귀신들을 정리하려는 의지를 발휘해야 쉽게 가능한데 당시에 그는 그 일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자 그제서야 승복하고 메달리기에 귀신들을 정화해 주었는데 아주 힘든 일이었다.
" 니가 뭐냐, 우리는 이 도사와 평생을 함께 가야 할 도반이다 "
등등 저항이 아주 심했지만 부인의 안타까운 청원을 생각하고 그들을 깨끗이 정화하여 주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도사가 있으나 이렇게 다른 귀신들을 불러 모아 자기 몸에 실은 채 허튼  소리해 가면서 도사인 척하는 자가 수 없이 많음을 일깨워 주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