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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귀신의 한 ~ 얼어죽은 터 귀신 이야기>

가게가 안나간다고 어쩌면 좋으냐고 쫓아 온 여자가 있었다.
기이한 것은 구두계약을 해 놓고 나서는 꼭 나중에 파토를 놓는다고 말한다.
"이 집은 처음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보니 화장실이 입구에 있잖아? 어디 이거 냄새가 나서 장사를 해먹을 수 있어요?"
두 번째 원매자는 또 중도금 주는 날에 이런 말을 하면서 아예 계약금을 포기하고 안 온단다.
" 여기 같은 단란주점은 장사가 될 리가 없는데 우리가 실수 한 거요. 와 가지고 덤태길 쓰느니 차라리 포기하고 갈래요 "
그런 식으로 서너번 당하자 여기에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다고 생각한 여주인이 달려온 것이다.

법장은 현장에 가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원격영시로도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나, 역시 현장에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칙칙하고 어둔운 느낌을 주는 그 건물에 다가섰다. 언뜻 보면 하얀 유리알처럼 보이는 얼음덩이로 변한 빈곤의 신이 자리잡고 앉아 있는데, 건물주와 연관이 되어 원한을 산귀신이었다. 그 건물에 들어오는 모든 입주자들이 재수 없이 사업에 실패해서 건물주가 항상 자리를 내 놓아야 하게끔 만드는 귀신이었다.  다 떨어진 작업복 차림으로 입구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거지와 똑 같다.

" 당신은 언제부터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거요 ? "
" 나 말이요 ? 나는 여기에 사는 터주요. 누가 뭐래도 나만 큼 이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요. 지금부터 40여년 전에 이 건물이 들어섰는데. 그해 겨울에 무척 추웠소. 그래서 이 집 옥상에 몰래 올라가 당시에는 옥상에 보일러 연통이 있어서 그걸 끌어안고 자고는 했소. 그런데 어느 날인가 주인이 나를 깨우더니 막 때리면서 내쫓는 거요. 갈 떼가 마땅치 않아서 소주 한 병을 까먹고 이 집 현관 앞에 웅크리고 자다가 얼어죽었소이다 "

그러면 그렇지, 이런 귀신이 문 앞에 붙어 서 있거나 웅크리고 있으면 당연히 건물 안에 입주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겠지--- 법장은 그런 생각을 굳히고 나서 다시 물었다.
" 이제 그만 훼방을 놓고 다른 곳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 살아 계신다면 벌써 나이가 90수가 넘은 양반인데 이런데서 자꾸 남의 핍박만 받고 살면 되겠습니까 ? "
"남의 걱정일랑 하지 말고 자기 일이나 하시게나. 나는 여기서 이미 40년이 넘었는데 젊은 사람이 어디 건방지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요 ?  여기 들어와서 일하는 놈들은 다 망해야 해.  건물주란 놈이 이제 나이가 60이 넘었지만 지가 젊었을 때 돈 좀 벌었다고 나를 그렇게 구박하고 쫓아내 ? 나쁜 새끼. 혼구멍이 나야지-- "

이 귀신은 입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연신 쳐다보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손님들이 다른 가게를 이용하게 만든다.

아무리 주인한테 원한이 있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판단이 섰다. 법장은 그 앞에 서서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그런 식으로 여기 서서 손님들을 내쫓고 그러면 그게 엄청난 영업방해이고 악행임을 잘 모르는 모양인데 저승의 관문을 통과할 때 어떤 처벌을 받으려고 그러는거요. 제발 이제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우선 가까운 공원으로 가서 얘기나 좀 합시다 "
따라 나선 터주귀신을  안아 들고 마로니에 공원으로 갔다.
해가 저물어서 많은 젊은이들이 기타를 튕기면서 젊은 세월을 노닐고 있었다. 법장과 귀신은 고목나무 아래 돌테에 걸터앉아서 무려 3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한을 풀어 주기로 약속했다. 그는 6.25 전쟁 직후에 그 건물 앞에서 일을 당했으며 이후 한번도 그 앞을 떠난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건물을 몇 차례 개수하거나 새로 지으려는 아들의 시도 역시 주인영감에게 씌여서 반대하게 하는 힘도 발휘했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그러더니 결국 법장의 말대로 따르기로 약속을 하는 것이다.  
법장은 터주신을 천도하기 위하여 옷을 새로 한벌 사주고 위령을 위한 따스한 밥을 지어 올리자고 말했다.
그러나 건물 주인은 이 말을 따르지 않았다.
다만 급전이 필요했던 단란주점의 여주인 P씨가 대신 말귀를 알아듣고는 그대로 행해주었다.
P씨는 다행히 제때 계약을 치르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떠났지만, 그 후 그 건물주인은 아들의 무리한 사업으로 건물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