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는 증상으로 아무리 병원에 다녀도 낫지 않는다는 부인이 나타났다. 의사도 아니면서 병을 고친다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이런 사람은 귀신 쉰 병이라고 하여 병원에서는 고치지 못한다. 그래서 영적인 힘으로 퇴마를 해 주면 병이 낫는데 이 부인은 정말 이상한 귀신이 씌어 있었다.
" 밤중에만 아프단 말이죠? 그럼 지금은 좀 어때요? "
" 조금 띵하기는 해도 견딜 만 해요. 그런데 밤 11시만 넘으면 지근지근 아파 오기 시작하지요. 밤 1시경 가장 심하고 3시쯤 지쳐 가지고 스러져 자는데, 아침이 되면 헛구역질이 나는 거예요 "
법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부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부인의 머리 뒤에는 이상하게 생긴 원형의 오라(영혼의 기운이 보여주는 색갈있는 테두리)가 나타나 있었다.
" 어허 이거 큰일인데요. 언제부터입니까? "
" 저희가 그리로 간지 한 1년쯤 되는데 이사간 다음부터 그래요 "
그렇다면 사는 자리와 연관되는 문제이다. 동네가 어디냐고 물었다. 미아리 고개 넘어서 삼양동이라고 한다. 정
해진 시간대에 통증이 나타나고 그 시간을 넘기면 괜찮아진다면 이는 일시적인 영혼 빙의현상(귀신 씜)이다. 그리고 두통은 그 후유증인 셈이다. 며칠 뒤 수유리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그 집에 들렸다. 20평도 안되는 터에 집을 꽉둘러 채운 낡고 작은 주택이었다.
" 저거 안보이세요? "
" 뭔데요? "
" 저기 마루에 지금 청소하는 아줌마 말입니다 "
" 아무 것도 없잖아요? "
" 저게 바로 아줌마한테 밤에 씌는 여자귀신입니다 "
멀쩡한 대낮인데 남의 집 마루를 깨끗이 청소하고 있는 한 여자귀신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인 아줌마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 저녁 때 들릴 테니까, 기다리세요 "
밤중이 되자 난데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법장이 귀신을 본다는 말을 듣고 자기네들도 거기에 혹시 나타나는 귀신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인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십여명 몰렸다. 그리고 몰려온 사람들 가운데서도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서너명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여자귀신은 이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집을 돌아다니면서 피해를 준다는 말이다. 한 여인이 피해를 준다면 이 문제를 해결해 버리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편안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 자, 이리로 오세요. 여러분 모두 편안하게 해드릴 터이니 이제 집으로 돌아 가셔서 거울을 준비해 두고 그것을 들여다보세요. "
" 거울을 보고 있으면 두통이 낫나요? "
" 네, 12시부터 1시 사이에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거울만 들여다보고 계세요. 그러면 귀신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머리 아픈 것도 낫지요 "
일종의 방편술이지만 그럴 때는 귀신을 막는 비방이 필요하다.
방해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안방에 켜 놓은 TV에서 정규방송을 마친다는 소리가 나올 때쯤이었다.
" 어이쿠, 아야--"
부인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갑자기 죽는다고 아우성을 친다.
누가 허리를 발로 찬다고 했다. 얼른 돌아서서 보니 낮에 본 그 여자가 웬 남자들을 데려와서 부인의 허리를 발로 차고 있는 것이다. 겨우 뜯어말린 다음에 돌아보니 수의 차림의 귀신들이 참으로 볼만했다. 여자귀신은 법장을 데려온 것을 알고 대항하기 위하여 장정들을 몇 명 더 데리고 나타났던 것이다. 영혼들 세계에서도 그런 일이 가끔 있다. 힘으로 대항키 어려우면 자기들끼리도 서로 불러대는 일이 생긴다.
법장은 부인을 안정된 자세로 바로 앉힌 다음, 천도재를 시작했다. 독경이 끝나고 어느 정도 풀이 죽은 귀신들을 불러 세웠다.
" 너희들은 어째서 이 동네 사람들을 괴롭히는가? "
" 여기는 유명한 미아리 공동묘지 터요. 집을 짓고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이지만 누구도 진정으로 우리를 위한 기도를 해준 적이 한번도 없소 "
법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들었다.
" 보시다시피, 이 부인(귀신)은 아이를 가진 채 병들어 죽은 사람이요. 그래서 아이를 낳지 못한 한이 있지요. "
그래서 구역질이 수반되는 두통이로구나--- 법장은 슬그머니 일어나서 빙의된 상태의 그 집의 부인에게 들어간 여귀를 들어냈다. 스스륵 빠져 나오는데 몸집이 대단히 크다. 보통 사람들 보자 훨씬 커져 있는 배 때문에 무척 고생했을 것 같았다.
빙의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천도재와 퇴마법을 쓰자 아무 저항 없이 귀신들이 물러섰다.
부인과 동네사람들의 두통은 나았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동네에 소문이 나서 그런지 집을 내 놨는데 팔리지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정도 소문에 집이 안 나간다면 필경 거기에는 무슨 다른 문제가 결부되어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동네는 몽땅 묘지 터이기 때문이다. 다른 원인이 있을 성싶어서
법장은 또다시 그 집을 찾아갔다. 악착같이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구체적인 영시를 하지 않았던 그 집을 바닥까지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대문 아래 심주 근처에 큰 널이 하나 보인다.
" 주인 어른이 한 번 사람을 시켜서 일부만 파헤쳐 보시요. "
떨떠름한 눈치를 보이던 주인이 그 다음날 사람을 불러 한자 정도 파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더 파들어 가자 거기서 썩지도 않은 관이 하나 쑥 올라온다.
초장재를 올리고 위령한 다음 시신을 거두어서 화장장으로 보냈다. 물론 그 집은 한 달쯤 지나서 업자들 손에 넘어가고 지금은 그 집터에 큰 호텔이 들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