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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일기] “ 너무 오래 되었네요. 이제 가셔야죠.”



지금 같은 늦가을이었습니다.
요즘은 시한부 암환자에 대한 기를 봐주고 하는 일은 하지 않지만 15년 전 당시에는 그런 일에도 열심히 나섰습니다.
병원에 갈 때는 환자가족처럼 차리고 갑니다. 그리고 한참 동안 환자에게 기를 넣어주고 힘을 실어줍니다.
평소처럼 가서 환자의 등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평상도 아니고 침대의 뒤편에서 기를 실어주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도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날따라 정해진 시간 넘게 기치료를 해주었으나, 그래도 뭔가 아닌 것 같아서 40분 정도 더 기를 보아줍니다.
가족들은 멀뚱하게 바라보며 당연한 듯 여기지만 환자는 그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무 말이 없다가,
“ 이제 가보셔요. 힘드시겠어요. 너무 오래되었거든요. 이제 가보셔야죠....”

본래 약속이 돌아가실 때 힘들지 않게 가게 해주고 그 때까지 안 아프게 기력을 잘 버틸 수 있게만 해달라는 가족들의 청이 있었습니다.
대충 1시간 정도 해주기로 약속했었지요.
그러나 일단 환자의 몸이 너무나 쇠약하여 뼈만 남게 되는 마지막 과정에서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어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보름정도가 지난 어느 날 오후 딸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우리 어머니가 지금 위독해요. 제 생각에 선생님이 계시면 편할 것 같아요. 와주실 수 있어요?”
“ 그럼요, 가야지요.”
서둘러 병원에 도착하니 중환자실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혼수상태라고 합니다. 딸과 사위가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중환자실 출입이 가능하게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환자 옆에 섰습니다.

“ 000 님, 좀 어떠세요 ?”
신기한 일입니다.
의식을 잃었다던 분이 싱긋이 웃으면서 눈을 뜹니다.

“ 저요 ? 저는 괜... 찮아요. 그런데... 저를 봐주신지 너무 오래되셨어요. 이렇게 해주시니 마음 편하군요. 바쁘실 텐데 이제 가셔야죠.”
이어서,
“ 저 아직 안 죽어요... 빨리 가셔요.”

고집을 부리면서 빨리 가라고 합니다.
웃음 띈 창백한 모습에서 슬픔이 느껴집니다.
차가운 가을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마루바닥에 곱게 드리워지는 그런 모양의 미소였습니다.  
그 순간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습니다.
발길을 돌리고 나오는데도 얼마나 무겁든지....



밤 10시 운명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해가 바뀌고 봄날입니다.  한참 누군가의 기도를 하고 있는데 목탁소리 속에 섞여 그 어머니의 음성이 들립니다. 뒤에 와서 앉아 있었는가 봅니다.

“ 그땐 고마웠어요. 제 자식들이 너무 무심하지요.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선생님 목탁소리 참   좋으네요. 이제 저도 안심하고 갈 께요.”


임종하던 날도 빨리 가라고 하더니 끝까지 이 여인은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가 봅니다.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날은 정말 오래 동안 목탁을 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




2009년 11월 12일  제마법선사  김 세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