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관통도로의 정면에 큰산이 보이면 그 거리는 반드시 발전한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70%를 넘는 지질적 특성 때문에 노년기의 구릉성 산지에 마을이 형성되고 이것이 발전하여 도시가 된 곳이 많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산은 큰 도시일수록 위용을 자랑한다.
부산의 금정산, 대구의 남산과 팔공산, 대전의 보문산, 광주의 무등산, 목포의 유달산, 서울의 북악산 등 대도시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산이 있다.
산은 도시의 풍수를 이해함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므로 산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면 곧바로 그 도시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도심의 중심축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로망으로 연결되는 주거공간과 상업공간 그리고 기타 생활의 편의 시설지역으로 크게 나누어지는 도시 공간은, 그 도시에서 중심이 되는 산이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가에 따라서 무척 큰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산이 있으면 그 남쪽을 향하여 인간의 생활공간이 형성되는 법인데 통행과 지역구분을 위한 도로망이 자연스럽게 동서남북을 달리며 바둑판 같은 모양새를 보인다.
그런데 대구의 약전거리 같은 경우를 보면 이런 조건에 전혀 부합되지 않은 곳이다.
그렇지만 수백 년이란 세월을 그곳은 번창하였다.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있다.
특수한 용도에 의한 집합체로서의 거리 형성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용도가 사라지면 자동적으로 거리가 쇠퇴한다.
현재의 약전거리는 정말 스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말하자면 어떤 목적에 의하여 형성된 거리는 그 목적이 사라지면 쇠퇴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형식과 부합되는 자리는 영구히 좋은 땅으로서의 쓸모가 유지 발전한다는 의미이며, 관통된 도로의 전면에 큰산이 있는 곳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큰 산이 내려다보이는 관통도로는 차를 타고 달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일이지만 지형지물로서의 역할을 그 산이 해주며 산에서 뻗어 나오는 기운이 가슴을 뿌듯하게 해줌을 단숨에 알아 차릴 수 있다.
이것은 산이 가지는 정기가 아래로 내려 뻗으면서 큰길을 타고 달리는 까닭에 생기는 감각이다.
서울에서는 장안평을 관통하는 천호대로가 인왕산이 보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며, 종로의 남북 관통도로 중에서 2가와 3가의 길이 북한산을 보고 있다.
종로 4가와 5가보다는 그 쪽길이 앞으로 더욱 번창할 것으로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