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로가 맞부딪치는 자리는 살기를 가진다.
도로는 서로 만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하는 물길과 같아서 도시의 어디에서나 기를 소통시키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길이 서로 만나는 것은 무방하나 길이 서로 부딪칠 때는 상충작용을 한다.
서로 엇갈리는 십자로나 삼거리는 전혀 문제가 안된다.
길이 기역자로 구부러지는 길목에 마주치는 건물이라든가, 영문자로 T 자형의 길목을 형성하는 곳에서 직통으로 맞닿는 부분의 건물, 그리고 X 자형으로 갈라지는 길에서 낮은 쪽의 모서리 건물에는 살기가 들게 된다.
이는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자리는 차량이 통행하다가 부주의로 충돌하기 쉬운 길목이다.
더구나 T 자형으로 만나는 내리막길은 차량이 과속으로 달리다가 그대로 질주하면 직통으로 마주보는 건물로 뛰어 들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다가 바람이 불어오는 자리는 도로를 통하여 강력한 외풍이 몰아치므로 먼지와 함께 각종 병원균이 건물내부로 침입해 들어 올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백악관이나, 서울 광화문에 있는 옛중앙청 자리도 마찬가지로 여기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런 위치에 건물을 설계하였는가 ?
이는 오히려 살기를 역이용하기 위함이다. 백악관이나 옛중앙청 같은 관공서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
권위라는 개념 자체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일종의 살기이다. 상대를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 누르는 힘인 까닭이다.
서울의 신설동에도 그런 건물이 있다. 그 건물은 조미료를 생산판매하는 회사의 건물인데, 마장동 쪽에서 차량으로 접근해 가다가 보면 도로의 전방에 그 회사 건물이 보인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그 회사는 신규 경쟁업체 때문에 무척 고전하였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워진 면을 발견하였다. 건물을 새로 하얗게 칠하고 옥상에는 건물보다 더 커 보이는 상품선전용 옥상간판을 설치하였다. 그러니까 큰돈을 들이지 않고 그 회사는 건물의 윤곽을 키운 셈이다. 그렇게 해서 오히려 건물이 서있는 곳의 살을 유리하게 변화시켰다고 본다. 운전사들의 눈에는 자동적으로 그 간판이 들어오니까 선전효과도 있을 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빈약했던 그 건물의 이미지를 몇 배로 강화시켜 역전시켜 버린 것이다.
이처럼 살지에 있는 건물도 방법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하다. 그 회사는 최근에 매출이 늘고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자기의 건물이 아닌 이상, 그런 식으로 자유롭게 보완이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될 수 있으면 위에 해당되는 자리에 서 있는 건물에는 입주하지 말아야 한다.
지기가 머물지 않고, 치고 지나가는 자리이며, 혹시 기가 머물더라도 악기로서 남는 곳은 여러 모로 해롭기 때문이다.